지난 글에서 PRD가 뭔지, 어떻게 작성하는지 정리했었다.
이번엔 그 PRD를
실제로 "개발자 영어 학습 앱(Developer English)" 프로젝트에
써먹으면서 겪은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사실 이전까지 나는
커서AI한테 보여주는 식이었다.
그럴 때마다 "아... 이거 좀 짜치는데" 싶었는데,
딱히 어떻게 해야 제대로 된 건지 몰라서 계속 그렇게 해왔다.
이번에 처음으로 제대로 된 PRD 파일을 만들어서 프로젝트를 진행해봤는데,
생각보다 배운 게 많았다.
PRD만 있으면 알아서 다 해줄 줄 알았다
PRD를 다 쓰고 나서 처음 든 생각은
"이제 이 파일만 던져주면 AI가 알아서 척척 만들어주겠지?"였다.
완전 착각이었다.
내 PRD를 보면
4.5 퀴즈 기능처럼 오답 보기 생성 규칙, 예외 처리까지 꼼꼼하게 적어둔 항목이 있는가 하면,
6.5 오답노트 화면처럼 제목만 달랑 적혀있고 세부 내용이 하나도 없는 항목도 있다.

이 두 항목을 각각 커서AI한테 "이 부분 구현해줘"라고 요청했을 때 반응이 완전히 달랐다.
퀴즈 기능은 PRD에 적힌 규칙 그대로 술술 진행됐는데,
오답노트 화면은
AI가 "화면 구성은 어떻게 할까요? 리스트 형태인가요, 카드 형태인가요?" 같은 질문을 계속 던졌다.
결국 PRD에 적혀있다고 해서 AI가 알아서 빈틈을 채워주는 게 아니라,
내가 얼마나 구체적으로 적어놨느냐에 따라 AI와의 대화량이 달라진다는 걸 몸으로 느꼈다.
PRD는 "절대 문서"가 아니었다
또 하나 크게 깨달은 건,
PRD는 한 번 쓰고 끝나는 문서가 아니라는 거다.
나는 처음에 "이거 다 썼으니까 이제 이대로만 따라가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계속 고쳐야 했다.
예를 들어 내 PRD의 12.2 제외할 기능에는 로그인, 서버, 결제 같은 게 처음부터 빠져있었다.
근데 14. 향후 확장 계획을 보면 Google 로그인을 나중에 붙이겠다는 내용이 있다.
이게 그냥 처음부터 계획했던 게 아니라,
프로젝트 진행하면서 "아, 이건 나중에 필요하겠다" 싶은 게 생길 때마다
PRD를 열어서 그 항목을 추가하거나 수정한 결과였다.
데이터 구조 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엔 단순하게 생각했다가,
앱 업데이트할 때 사용자 학습 기록은 유지하면서
새 단어만 추가하는 마이그레이션 정책이 필요하다는 걸 나중에 깨닫고
그 부분을 통째로 다시 채워 넣었다.
중요한 항목이 하나 정리되거나(클리어되거나),
기능 범위가 넓어질 때마다 PRD도 같이 업데이트해줘야 한다.
이걸 안 하면 PRD랑 실제 코드가 따로 놀기 시작하고,
AI한테 "PRD 참고해줘"라고 해도 예전 정보만 참고하게 된다.
그럼 "중요 항목"이라는 게 정확히 뭘까
이 부분 정리하면서 나 스스로도 헷갈렸던 지점이라 한번 짚어보고 싶다.
PRD에 적힌 모든 문장이 다 똑같이 중요한 건 아니었다.
내 경험상 두 종류로 나뉘었다.
맥락형 항목은 한 번 정리해두면 잘 안 바뀐다.
근데 실행형 항목은 개발하다가
"어? 이 부분 이렇게 하면 안 되는데?"
싶은 순간마다 계속 손이 갔다.
결국 내가 "중요 항목이 클리어됐다"고 느꼈던 순간들은
대부분 이 실행형 항목 중 하나를 확정 짓고 PRD에 반영한 순간들이었다.
★ 신기했던 점 ★
AI한테 파일만 인지시켜두면
내가 그 파일을 볼 일은 별로 없다.
이건 진짜 예상 못 했던 부분인데,
PRD.md 파일을 프로젝트에 넣어두고
"이 파일 참고해서 진행해줘"라고 한 번 말해두니까,
그다음부터는 내가 직접 PRD 파일을 다시 열어보는 일이 생각보다 적었다.
커서AI가 알아서 그 파일을 계속 참고하면서 작업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만약 PRD 없이 작업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봤다. 아마 작업하는 내내
- "어? 이 기능 어떻게 하기로 했더라?"
- "다음에 뭐 만들기로 했었지?"
이러면서 예전 채팅 기록을 계속 위아래로 스크롤하며 뒤졌을 거다.
실제로 예전에 띄어쓰기로만 정리해서 작업했을 땐 딱 이런 식이었다.
꿀 발라놓은 것도 아닌데 채팅창만 계속 쳐다보고 있었던 기억이 난다.
오늘의 정리
- PRD를 만들었다고 AI가 알아서 다 채워주는 건 아니다. 구체적으로 적은 항목일수록 AI와의 왔다갔다가 줄어든다.
- PRD는 한 번 쓰고 끝이 아니라,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계속 업데이트해야 하는 살아있는 문서다.
- PRD 안의 모든 항목이 똑같이 중요한 건 아니다. 실제 로직으로 옮겨가는 "실행형 항목"이 특히 자주 손이 간다.
- AI한테 PRD 파일 자체를 인지시켜두면, 오히려 내가 그 파일을 계속 들여다볼 필요가 줄어든다.
- PRD 없이 작업했다면 계속 예전 대화를 뒤지고 있었을 텐데, PRD 덕분에 그 시간을 많이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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